연구원 소개

홍수관리 패러다임 변화 시급하다
  • 작성자한승헌 원장
  • 작성일자2020/09/01 15:47:15
  • 분류기고
  • 조회수2,534
[기고] 홍수관리 패러다임 변화 시급하다

한승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지구온난화에 의한 긴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머물면서 200년 빈도를 상회하는 규모의 기록적인 폭우가 전국을 덮쳤다. 철원 지역의 경우 열흘 동안에 연평균 강수량의 75%를 넘는 1000mm 강우를 기록하기도 했다. 긴 장마기간 동안 전국 지역에 걸쳐서 지하차도, 지하철 등이 침수되고, 도로 유실, 산사태, 저수지 붕괴, 하천범람, 제방 붕괴, 주거지 침수 등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상기후로 피해를 겪은 곳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계속된 폭우로 인해 미시간주의 댐 2곳이 붕괴돼 수많은 주민들이 대피했고, 중국 남부 지방에서는 한국 인구보다 많은 5,500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치수(治水)에 해당하는 홍수관리는 지형이 평평해 물이 막히거나 고이는 지역은 물길을 만들어 흐르게 해주고, 물이 너무 급하게 흐르거나 넘치는 지역은 물을 지체시켜 흐름을 늦춰 주는 일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치수관리와 치밀한 사전대비가 미흡하면 한순간에 이번과 같은 홍수피해를 입게 된다. 물은 평상시에는 우리의 생명줄이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고마운 자원이지만, 홍수 때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2019년 국립기상과학원이 발표한 ‘전지구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의하면 21세기 말 동아시아 평균 강수량은 현재보다 최대 1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유럽 합동연구센터의 연구에서도 지구 평균기온이 3도 오르면 홍수피해 인구가 3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시에 많은 양의 비가 특정지역에 집중되면서 홍수피해의 양상도 과거와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물길 전체를 아우르는 홍수 대응 정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홍수관리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천, 도로, 도시 지역에서는 기후변화 영향을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 보다 강화된 시설물 기준이 마련돼야 하고, 홍수량을 분담해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도록 유역 단위의 홍수대책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먼저 하천의 홍수 부담을 줄이고 도시 지역의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선 빗물저류배수시설의 확대설치가 필요하다. 이번 홍수 때 고질적이던 신월동 침수를 방지했던 신월동 빗물저류배수시설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도시 지하시설물에 대한 침수방지 시설의 보강과 이 시설을 원격으로 통제할 수 있는 차단시스템을 설치함으로써 지하차도나 지하철 역사의 침수피해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천과 저수지 시설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노후시설물 점검을 통해 홍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 피해가 많았던 지류 하천이나 소규모 저수지 둑에 대해서는 기후변화에 의한 홍수량 증가를 고려해 설계빈도를 상향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산사태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도로 절개면의 설계기준을 강화해 도로피해를 경감시킬 필요가 있다. 산사태 위험 지역은 주거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통해 산사태 취약지도를 구축하고 이에 대한 예방대책을 시행하는 것도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부처와 지자체의 행정력을 일관되게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와 법 제도의 체계적인 재정비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홍수예측 정보 제공과 정보의 전달체계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스마트시티 등에서 구현되는 AI, IOT, 빅데이타와 같은 첨단기술과 연계하여 동네단위의 홍수재해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원격으로 홍수방어시설을 조정할 수 있는 스마트 홍수재해 관리시스템도 전국적으로 조속히 구축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우와 긴 장마가 반복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의 홍수대비는 과거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록적 홍수를 교훈 삼아 더 이상 이러한 홍수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책과 함께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 이데일리
URL :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421046625871584&mediaCodeNo=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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