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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보행자길이 도시 경쟁력
  • 작성자백남철
  • 작성일자2021/10/29 00:00:00
  • 분류기고
  • 조회수448
우리나라 대도시 주변은 교통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동차 중심으로 모든 시설이 발달해 승용차 이용이 일반화된 탓이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 문화는 도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대구시는 도로 다이어트와 보행 안전 정책을 본격화했다. 차로 수와 폭을 조정해 확보한 도로 공간에 보행 안전 시설, 스마트 승강장, 수목 식재 등을 통해 단순한 통행로가 아닌 '걷고 싶은 보행자길'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차로를 좁히는데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교통 정체로 출퇴근 시간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도로 다이어트와 보행 안전 정책은 도시가로환경에 적합한 도로구조를 만들어 교통 흐름을 악화시키지 않고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지역 상인 중 일부는 상권 활성화 효과에 의문도 제기한다. 차량 이용자가 보행자에 비해 매출을 더 많이 일으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차 없는 거리, 차도 좁히기, 불법주정차 단속 과정에서 각 지자체가 현실적으로 마주치는 가장 큰 장벽이 바로 이것이다.

자동차 이용 억제에 반대하는 민원을 상대하다 보면 정책 입안자도 지치고 실무자도 반신반의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보행환경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보행 환경이 개선되면 도시의 소규모 상권 매출이 크게 늘어난다는 게 입증된 사실이다. 미국 뉴욕의 '하이 라인' 보행공원이 대표적 사례다. 뉴욕시는 하이라인 보행공원 조성에 1천150억원을 투입하여 민간 투자 2조원과 연간 500만명 방문객 및 1만2천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서울시도 보행로 확장 등 보행정책사업 완료 후 지역 상권 매출이 9% 늘었다고 한다. 보행 환경개선만큼 재정 투입 대비 지역 상권 활성화 효과가 큰 사업은 없는 것이다.

대구시는 도로다이어트와 병행해 동성로 지역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2026년까지 사업비 100억원을 투자해 '차 없는 거리' '주차장 통합시스템 구축' 등으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프랑스 파리처럼 걷기와 함께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공공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어서다.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지역 상인들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거리를 걷다가 쉴 수 있는 야외 벤치를 촘촘하게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야외 벤치는 범죄를 감소시키는 '거리의 눈'으로 살아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얼마 전 미국에서 여행 온 사람을 동성로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경상감영공원과 근대 골목길을 걸어서 체험하고 싶어 했다.

대구의 가로수 길 인프라와 사회문화적 잠재력은 프랑스 파리의 그것보다 절대 뒤지지 않는다.

동성로의 젊고 활기찬 거리와 구석구석 뻗어있는 골목에는 세계적인 거리로 발돋움할 잠재력이 있다. K-팝과 드라마가 한류를 만들 듯이 대구시의 보행자 길을 잘 정비·관리해 세계인들이 대구의 보행자 길을 걷게 만들자.

백남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출처: 영남일보
URL: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1122801000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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