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청정 화력발전을 위한 유기성 폐기물 자원화 기술 개발
▲ 정윤아 KICT 환경연구본부 수석연구원
들어가며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우리나라는 2020년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하였다. 저탄소 에너지 기술의 발전과 보급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2022년 기준 국내 석탄화력발전량은 총발전량 중 39.7%로 원자력발전(41.0%)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높다(에너지경제연구원, 2023). 석탄은 연소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바이오매스는 생물학적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성장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적 연료로 간주된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바이오매스를 혼소(mixed firing)하면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전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바이오매스 혼소는 기존 발전 설비의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는 발열량 기준으로 3~5% 수준까지 바이오매스 혼소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화력발전에서 유기성폐기물 기반 고형연료 혼소 기술 현황에 대해 정리하고 기술적인 도전 및 향후 전망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유기성 폐기물 기반 고형연료 기술 개발 현황
유기성 폐기물은 생물에서 유래한 유기물질로 이루어진 폐기물로 농·임산 부산물, 하수슬러지, 음식물류 폐기물 등이 대표적이다. 유기성 폐기물 기반 고형연료는 환경 오염을 줄이고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통한 에너지 회수와 동시에 폐기물 관리가 가능한 주요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경우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춰 화력발전소의 연료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연구를 통해 바이오매스 혼소는 NOX, SOX, CO2 배출 감소에도 기여함을 확인하였다(Verma et al., 2017).
일반적으로 유기성 폐기물을 활용한 고형연료 생산 기술은 열분해, 건조, 분쇄, 압축 등의 공정을 포함한다. 이 중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은 열분해로,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고온을 가하여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열분해를 통해 고체(바이오차), 액체(바이오오일), 기체(바이오가스) 세 가지 제품이 생산되는데, 바이오차(Biochar)는 고밀도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어 고형연료로써 활용가치가 높다. 국내에서 주로 활용되는 유기성 폐기물은 하수슬러지다. 하수슬러지는 높은 수분 함량과 낮은 발열량을 가지고 있어 건조 및 열분해 공정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향상하는 공정이 필요하다. 농업부산물은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열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에너지 생산에 유리하다. 또한 건조 및 압출을 통해 직접 연료화가 가능하며 열분해를 통해 고밀도 고형연료로 생산도 가능하다. 음식물류 폐기물은 유기물 함량이 높으며, 혐기성 소화를 통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거나 건조 및 열분해를 통해 고형연료로 생산이 가능하다.
화력발전소 바이오매스 혼소 주요 기술적 이슈
화력발전소에서의 바이오매스 혼소는 설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발열량 기준 5% 내에서 수행되고 있다. 하지만 혼소하는 연료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혼소율에 따라 고려해야 할 기술적인 이슈들이 있다. 첫째, 연료의 호환성이다. 바이오매스는 석탄보다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석탄과 효율적으로 혼합이 가능하도록 바이오매스를 적절히 분쇄하는 전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바이오매스는 석탄에 비해 수분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은데, 수분은 연소 효율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건조 과정을 통해 수분을 저감해야 한다. 둘째, 연소 온도와 연소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 바이오매스는 석탄과 연소 온도 및 연소 속도가 다르다. 바이오매스는 석탄보다 낮은 온도에서 연소될 수 있지만, 연소 온도가 너무 낮으면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가 떨어질수 있다. 반면에 연소 온도가 너무 높으면 NOX와 같은 유해 가스의 생성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혼소 시 바이오매스와 석탄의 연소 속도가 잘 맞지 않으면 연료의 불균형적 연소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에너지 효율 감소와 불완전 연소로 인한 배출가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바이오매스에 포함된 알칼리 및 알칼리 토금속 성분은 발전소의 보일러와 열교환기에 부식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장비 수명을 단축시키고 유지 보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더불어 바이오매스 연소 시 발생하는 재는 석탄보다 융점이 낮은 경우가 많아 보일러 내부에서 슬래깅(슬래그 형성)이나 파울링(열교환기 표면의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슬래깅 및 파울링은 열전달 효율을 저하시켜 발전소 운영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밀도와 바이오매스 연료 공급의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 바이오매스는 석탄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다. 따라서 같은 양의 에너지 생산을 위해 더 많은 양의 바이오매스 연료가 필요하며, 이를 고려하여 저장 및 연료 처리 시설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바이오매스는 그 종류에 따라 계절, 기후, 지역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 농업부산물의 경우 계절과 지역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공급량 및 공급 주기가 일정하지 않다. 성공적인 바이오매스 혼소를 위해서는 일정한 품질의 바이오매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공급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바이오매스 혼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위와 같은 기술적 이슈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정책적 이슈
국내 에너지 정책은 환경문제와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정부는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 중단 및 폐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오래되고 효율이 낮은 발전소부터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을 제한하고 있다. 동시에 2030년까지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태양광, 풍력을 비롯하여 바이오매스를 포함한 다양한 재생 가능 에너지원 이용 증대를 포함하고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바이오매스 혼소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며 에너지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제도 하에서 발전사들은 일정 비율의 전력을 재생 가능 에너지로 생산해야 할 의무를 진다. 바이오매스 혼소는 이 요건을 충족하는 방법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화력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준 만족을 위해 바이오매스 혼소를 활용할 수 있다.
국외 화력발전소에서는 유기성 폐기물을 자원화하여 바이오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을 상업적 규모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의 성공적인 확대 운영에는 관련 기술 개발과 더불어 정책적 기반이 마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유럽연합(EU)은 EU 재생에너지지침(Renewable Energy Directive 2, RED-2)을 개정하여, 2030년까지 EU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 32%에서 42.5%로 늘리는 것으로 상향 조정하였다. 재생에너지 비중에서 첨단 바이오연료와 비생물계 재생에너지를 합한 비중이 5.5%를 달성해야 한다.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있으며, 독일은 2038년까지 석탄 발전을 완전히 중단할 계획을 세웠다. EU 내에서 바이오매스는 재생 가능 에너지원으로 인정되며 여러 국가에서 바이오매스 혼소를 통해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발전을 장려하고 있으며, 주로 산림 잔재물을 활용하고 있다. 캐나다는 203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거나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계획을 수립하였고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한 바이오매스 혼소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도 바이오매스 혼소는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며, 국가 탄소배출 감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기성 폐기물 기반 고형연료 실증 연소 시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유기성 폐기물 기반 고형연료의 실증을 위해 2023년 7월 한국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음식물류 폐기물 기반 소화슬러지와 산림 부산물을 혼합하여 펠릿(Pellet)을 제작하고 한국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에서 혼소 시험을 수행하였다(그림 1). 고양시 바이오매스 시설의 소화슬러지 3.5톤과 산림 부산물 7.5톤을 혼합하고, 펠릿화 한 뒤 반탄화(Torrefaction)하여 고형연료를 생산하였다. 생산한 고형 연료는 바이오 고형연료제품(Biomass-Solid Refuse Fuel, Bio-SRF)[자원재활용법 별표 7]의 발열량, 염소 등의 연료 품질 기준을 만족하였으며, 2~3 cm 크기의 펠릿으로 제작되어 연료 이송이나 보관이 용이한 장점을 보였다(그림 2). 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 540 kW급에서 전체 혼소율 2% 수준으로 2시간 동안 혼소한 결과, 발전기 출력은 시험 전과 후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SOX와 먼지(Outlet dust)는 미세하게 감소하였고 NOX는 약소하게 증가하였으나 오차범위 수준이라 바이오매스 혼소와 석탄 전소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석탄 혼소에 충분한 발열량을 보였으며, 대기환 경규제기준 역시 만족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이옥신도 검출 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유기성폐기물 기반 고형연료의 혼소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운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마치며
유기성 폐기물 기반의 고형연료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혼소 연료로 활용이 가능한 탄소중립적 대안으로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매년 발생량이 증가하는 유기성 폐기물에 대한 친환경적 처리 방법을 제시함과 동시에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통한 에너지 회수를 가능하게 하며, 발전소에서 연료 유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와 실증은 국내외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소비 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수적인 전략으로서 바이오매스 혼소 기술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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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에너지경제연구원(2023), 2023 에너지통계연보.
• Verma et al., (2017) Drying of biomass for utilising in co- firing with coal and its impact on environment – A review. Renewable and Sustainable Energy Reviews v. 71, pp. 732-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