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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13.1%에 멈춰선 민간건물 내진율
  • 작성자김병석 원장
  • 작성일자2023/03/08 00:00:00
  • 분류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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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13.1%에 멈춰선 민간건물 내진율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지난 2월 6일 발생한 규모 7.8의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에 의한 피해로 현재까지 5만여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구호와 복구를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번 지진에서는 건축물 붕괴에 따른 심각한 인적 물적 피해 이외에도, 튀르키예 남부 석유 터미널 운영 중단 등 에너지 시설, 공항,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에서도 피해가 컸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피해를 교훈 삼아 우리가 점검할 몇 가지 부분을 살펴보려고 한다.

먼저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에서 피해를 키웠던 ‘팬케이크’형 건물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팬케이크형 붕괴는 다층 건물 위층이 바로 아래층으로 떨어져 겹겹이 쌓이는 현상이다. 이는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기둥에서 발생하는데, 사고를 막으려면 내진설계 강화와 함께 시공 현장에서 내진 상세 준수 여부의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

노후 비내진 민간 건축물에 대한 내진 보강 대책 마련과 재원 투자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도 필요하다. 국내에선 1988년 건축물에 내진 설계가 도입된 이후 점차 내진 설계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을 거치며 내진 설계 기준 정비와 함께 공공 시설물을 중심으로 국가적인 내진 안전 체계를 점검했다. 하지만 여전히 민간 건축물의 내진 설계비율은 13.1%로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무는 실정이다. 만에 하나 서울 같은 대도시 인구밀집지역에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또 하나 살펴볼 점은 국내 발생 지진 대다수가 4~15km 사이 얕은 지각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처럼 진원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거의 감소하지 않은 채, 건축물이나 시설물이 놓이는 지표에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진 규모가 작더라도 얕은 진원 깊이로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2017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국내 활성단층 조사 사업과 더불어, 지진 발생시 지반운동 특성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그 결과를 내진 설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사회기능 연속성에 초점을 맞춘 국가적 대비도 필요하다. 현재 내진설계는 건축물의 경우에 인명 보호, 시설물은 붕괴 방지를 목적으로 설계됐다. 특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공공 건축물, 대규모 필수 산업시설, 도로·철도 같은 사회기반시설물은 큰 지진이 발생할 때도 사회기능을 유지 또는 단시간 내에 회복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내진설계 기준을 다시 한번 정비하고 지진 관련 연구개발 투자·인력 양성, 실험 인프라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서는 지진 안전을 포함해 재난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드론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각종 재난·재해에 대한 위험을 예측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사회기반시설을 통합하는 국가 디지털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로 지진이 발생할지는 과학적으로도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재난에 미리 대비하는 것은 예측보다 어렵지 않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으로부터 얻은 또 한번의 교훈을 바탕으로 내진 정책 고도화를 뒷받침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국내 내진설계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기반의 자연재해 대응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나라’에서 ‘지진이 발생해도 안전한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 과학기술계가 계속해서 힘 있게 추진해야 한다.

출처: 조선비즈
URL: https://biz.chosun.com/opinion/expert_column/2023/03/08/ONL4DW2JPVH53FKXMR6R47QF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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