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소개

100% 완벽한 홍수대책?…사회적 공감대 바탕한 ‘홍수적응’이 현실적
  • 작성자김원
  • 작성일자2022/08/22 00:00:00
  • 분류기고
  • 조회수171
100% 완벽한 홍수대책?…사회적 공감대 바탕한 ‘홍수적응’이 현실적

[왜냐면] 김원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8일 서울(동작구)에 시간당 141.5㎜의 폭우가 내렸다. 하루 강수량은 381.5㎜에 달했다. 매우 강한 비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원인과 대책에 관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에 앞서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왜 침수 피해가 발생했을까? 하수도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서울 하수도는 시간당 85㎜의 비까지 수용할 수 있는데 강남에는 최대 시간당 92.5㎜의 비가 내렸다. 넘칠 수밖에 없다. 원인은 비교적 단순하다.

하지만 대책은 어렵다.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대심도 빗물터널을 설치하면 넘치지 않았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저류시설의 규모와 비의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신월 빗물터널은 시간당 100㎜를 기준으로 설치됐다. 강서구에는 시간당 15.5㎜의 비만 내렸다. 그래서 넘치지 않았다. 만일 시간당 100㎜ 이상이 내렸으면 넘쳤을 것이다.

서울의 불투수 면적이 넓은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인 불투수 면적이 작았으면 넘치지 않았을까? 토양이 흡수할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다. 비가 오는 초기에 많이 흡수하고 땅에 물이 차면 흡수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든다. 더구나 한꺼번에 많은 양을 흡수할 수 없다. 10㎜ 정도의 비가 천천히 내리면 토양이 많은 물을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당 100㎜의 강한 비가 내리면 토양이 흡수할 수 없다. 흡수되기 전에 바로 흘러내린다. 일정량 이상 비가 내리면 콘크리트나 토양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토양의 물 흡수가 영향을 미칠 만한 규모의 비에는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토양의 물 흡수와 홍수 피해는 관계가 없다. 불투수 면적이 늘어나 홍수 피해가 증가했다는 것은 막연한 추측이다.

하수도나 대심도 터널은 설계된 범위 안에서 유효하다. 그 범위를 벗어나면 효과가 없다. 하천 제방도 계획된 범위를 넘어서면 넘친다. 모든 홍수를 감당할 수 있게 하수도나 제방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토양도 물을 흡수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그 이상을 넘어서면 효과가 없다. 도로가 수용 한계를 넘으면 차가 막히는 것과 같다. 설계된 범위 안에서 침수 위험에 대처하는 것은 홍수 극복이다. 홍수에 대한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설계 범위의 상향 조정을 통한 홍수 극복이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기후위기로 인해 과거에 발생하지 않던 규모의 비가 온다는 것이다. 기존에 설치된 사회기반시설의 수용 범위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비보다 더 강한 집중호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시간당 141.5㎜의 비를 수용하는 시설을 만드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홍수 이후 서울시에서 발표한 대심도 터널의 수용 한계는 시간당 110㎜이다. 대심도 터널이 없는 지역은 물론이고 앞으로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집중호우를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비보다 더 강한 비가 내릴 수도 있음을 고려하면 대책 마련은 더욱 어렵다. 결국 모든 홍수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예측된 범위를 벗어난 침수 위험에 대해서는 홍수 적응이 필요하다.

홍수 대책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적정 규모, 예를 들어 시간당 100㎜의 비를 감당할 수 있도록 사회기반시설을 갖추는 것이다. 사실 이 목표만을 위해서도 많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처리 한계를 벗어나는 비는 비상대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런 홍수 적응을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중요하다. 예측과 예보 시스템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대응 능력을 높여야 한다. 반지하 주택과 같은 저지대 침수에 따른 위험발생 가능 지역은 집중호우에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 강남역과 같은 침수 가능 지역은 도로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회사와 학교는 재택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일시적 사회정지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하고, 재산피해는 보험을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 발생하지 않았던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대응할 수 없다.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 홍수 극복 대책과 더불어 홍수 적응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출처: 한겨레
URL: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557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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