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소개

예측 가능한 폭우, 그러나 대응하지 못했다
  • 작성자김원
  • 작성일자2022/08/22 00:00:00
  • 분류기고
  • 조회수96
예측 가능한 폭우, 그러나 대응하지 못했다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2년 8월8일의 일이 아니다. 2001년 7월15일 서울에서 발생한 일이다. 21년 전에도 올해와 같은 일이 있었다. 2010년, 2011년에도 광화문은 침수되었고 사당역과 강남역이 침수되었다. 같은 곳에서 같은 피해가 나고 있다.

이번 호우 피해의 문제는 예측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잘 몰랐다. 2001년 이전에는 서울과 같은 고도로 개발된 대도시에 시간당 100㎜의 비가 내리지 않았고 어떤 피해가 어떻게 발생할지 몰랐다. 과거에는 비가 얼마나 올지 예측하기도 어려웠다. 국지적으로 강하게 발생하는 비를 예측하기에는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은 다르다. 20년 넘게 경험했다. 잘 알고 있다. 호우 예측 기술도 발달했다. 하루 이틀 전에 어디에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릴지 슈퍼컴퓨터가 계산해준다. 이번 집중호우는 하루 이틀 전에 예상되었다. 동서로 형성된 매우 강한 강우 띠가 긴 시간 동안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것이 예상되었다. 정확하게 몇㎜의 비가 어디에 내릴지는 모르더라도 수도권에 매우 강한 호우가 장시간 집중되는 것은 알고 있었다이 정도 비가 오면 서울에서는 과거와 비슷한 피해가 발생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 기껏해야 집중호우가 올 것이니 주의하라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 대응으로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다. 비가 본격적으로 오기 전에 비상상황으로 대응했어야 한다. 지하철 역사는 침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고 대비했어야 한다. 강남역 주변과 같은 상습 침수지역은 차량통행을 중단시켰어야 한다. 반지하 주택은 다시 점검하여 사전에 대피할 수 있도록 조치했어야 한다.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조기 귀가나 영업시간 제한 같은 조치도 취했어야 한다. 민방위 대응 차원에서 국가적 역량을 동원했어야 한다.

한 시간에 141㎜라는 폭우는 역대 최대이다. 시간당 85㎜의 비에 대응할 수 있는 서울이 침수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폭우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수도를 정비하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85㎜의 방재성능목표를 최근 발생하는 규모에 맞추어 높이는 것이 필요하고 그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피해를 방지할 수 없다. 시설을 갖추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설이 갖추어지기를 기다리는 사이에 폭우는 내릴 것이고, 시설물이 설치된 이후에도 감당할 수 없는 비는 언제든지 내릴 것이다. 시간당 141㎜ 이상의 비도 내릴 수 있다. 현실이다.

수동적 대응으로는 호우 피해를 줄일 수 없다. 일단 발생하면 대응할 수 없는 것이 집중호우이다. 집중호우가 예상되면 비상상황으로 전환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사회적 대응 능력을 키웠다. 집중호우에도 키워진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비상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회를 일시정지시킬 수 있다. 불과 몇 시간이다. 불가능하지 않다. 지금도 침수가 예상되면 도로를 폐쇄한다. 불편해도 감수해야 한다. 생명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집중호우가 또 예보되고 있다.

출처: 경향신문
URL: https://www.khan.co.kr/opinion/contribution/article/20220822030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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