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전문가 視覺] 식수난 오지에 ‘샌드댐’ 만들자
- 작성자정일문
- 작성일자2022/10/03 00:00:00
- 분류기고
- 조회수306
[전문가 視覺] 식수난 오지에 ‘샌드댐’ 만들자
정일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어릴 적 동네에서 가끔 물이 끊겨 급수차가 왔던 기억이 난다. 가족들 모두 주전자까지 들고 와서 식수를 받았다. 그런데 21세기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급수차가 물을 공급하는 지역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평균 2~3년마다 가뭄을 겪으며, 약 7년 주기로 극한 가뭄이 발생한다. 극한 가뭄이 와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체감하지 못하지만, 상수도가 연결되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큰 곤란을 겪는다.
2016년 강원도에서 발생한 가뭄으로 계곡수가 결빙돼 22개면, 44개 마을 총 1443세대에 거주하는 3817명이 급수차를 통해 물을 공급받는 등 극심한 불편이 발생한 바 있다. 국내 상수도 보급률은 97.5%에 이르고 있지만, 상수도 미보급 지역과 약 6000개에 이르는 소규모 수도시설 사용지역 등 물공급 사각지대는 생각보다 많다. 특히 소규모 수도시설은 지방·광역상수도 대비 수질 안전이 낮고, 상대적으로 가뭄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국의 계곡수 이용 시설도 622개소에 이르지만, 이런 곳에 상수도 인프라를 구축하기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환경부에서는 2018년부터 ‘가뭄 대응 지하수 활용(GW-SMART) 연구단’(단장 김규범 대전대 교수)을 통해 물공급 체계 구축이 어려운 지역에 지하수 등을 활용한 대안적 물공급 방안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 중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K-Water연구원, ㈜인텔리지오, ㈜SDM ENC, 동국대학교와 함께 유역상류부에 한국형 ‘샌드댐’(Sand Storage Dam)을 건설, 대체 수자원 확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주목을 끌고 있다.
샌드댐이란 계곡이나 하천의 불투수성 기반암 위에 댐이나 보 등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공간에 모래와 같은 투수성 재료를 채운 후 그 공극에 물을 저장, 사용하는 구조물이다. 이 원리는 아프리카와 같은 건조지역에서 연간 드물게 발생하는 홍수를 막아 토립자를 침전시킨 후 그 속에 저장된 물을 건조 시에 활용하는 데서 유래됐으며 이를 우리나라 유역 최상류부에 적합하도록 변형시킨 것이 한국형 샌드댐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샌드댐이 필요한 적지는 유역 상류부의 물공급 소외지역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통상 계곡부에 존재하는 소규모 취수원이 극한 가뭄 시 고갈되면서 이로 인한 식수 부족으로 급수차가 동원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지역에 취수원과 연계한 샌드댐을 설치할 경우 취수용량을 크게 증대시킬 수 있어 극심한 가뭄이 도래해도 연속적인 식수공급이 가능하다.
실제로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물로리에 건설된 한국형 샌드댐은 계곡의 하천수를 이용해 수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증발 손실을 줄이고, 지하수위 상승을 유도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노출된 수자원 대비 오염 취약성이 낮고, 강원 산간지역과 같이 겨울 가뭄이 심한 곳에서는 계곡수 결빙 시에도 지하에 저장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또한, 샌드댐은 지표수와 지하수의 실질적인 시설 연계를 통한 시나리오별 용수 확보가 가능해 극한 가뭄시 물공급 확대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샌드댐은 식수공급의 불평등에서 살아가야 하는 산간지역 주민들에게 저비용의 친환경 가뭄 대책 방안으로 매우 적합하다. 극한 가뭄시 물공급이 끊기는 기간에도 연속적인 물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됐다. 춘천 물로리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지역에 적정기술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대한전문건설신문
URL: https://www.koscaj.com/news/articleView.html?idxno=229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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