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건설 환경 구현 인프라 및 TRL6 이상급 극한건설 핵심기술 개발
▲ 신휴성 KICT 미래스마트건설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들어가며
2021년 5월 대한민국은 미국 NASA가 추진 중인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사업에 10번째 참여국이 되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도 각기 달 탐사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달나라 이야기라고 부르며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건설에 대한 꿈이 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더 나아가 아직도 구체적인 미션을 만들고 있지 못하는 우리나라를 보면서 또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급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최근 달의 극 지역에서 다량의 얼음이 발견되면서 달 탐사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얼음으로부터 로켓의 연료 뿐만 아니라 우주인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과 산소를 얻을 수 있기때문이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1/6에 불과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연료로도 중력권을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지구에서 출발하여 달에서 연료를 충전하고 화성 등 심우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중간 기착지로서 달의활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달은 지구와 가깝기 때문에 우주 및 행성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기술을 준비하고, 다양한 과학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데 좋은 장소로서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달에기지를 건설하고 장기간 우주인이 거주하면서 달을 이용하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2016년부터 BIG사업을 통해 우주건설 연구를 선도적으로 시작하였다. 본 연구는 우주기지 건설, 자원 개발 등 세계 우주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초극한 환경인 우주에서 적용 가능한 핵심 건설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지난 6차년도(2021년) 연구 성과를 중심으로 행성 지상 환경 구현 실대형 챔버 개발 및 검증 기술, 행성 현지재료 활용인프라 건설 기술, 행성 지상 건설공간 정보화 기술, 행성 지반 조사 장비 개발 및 행성 지하 정보화 기술 등 4대 핵심 기술의 개발 현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행성 지상 환경 구현 실대형 챔버 개발 및 검증 기술
극한의 달 표면 환경을 모사해 놓은 실대형 규모의 지반열진 공챔버(Dusty Thermal Vacuum Chamber, DTVC)는 달 탐사를 위해 개발되는 다양한 기술과 장비를 검증하여 실제 우주 환경에서의 실패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활용된다. 이러한 DTVC는 2017년 제작되어 안정화 테스트를 거친 후 2019년 완공된 미래융합관에 설치되었다. DTVC의 내부 규모는 50m3로 달 표면의 온도 조건(-190℃~+150℃)과 진공 조건 (지반 미포함: 10-6mbar, 지반 포함: 10-4mbar)을 모사하며 챔버 내부에는 다량의 인공월면토가 투입되어 우주 먼지의 영향 등을 평가한다(그림 1).
지반열진공챔버의 진공환경과 온도환경 조성 성능은 1~5차년도 연구를 통해 확보되었으며, 2021년에는 달의 밤과 낮 조건에 따른 지반의 온도 조건 모사, 얼음 지반 조성을 위한 진공압에 따른 지반의 열전도도 측정, 달 표면에서 정전기 충전 환경 모사를 위한 시스템 및 측정 연구에 대한 부분이 진행되었다.
달 표면은 대기가 없어 적도 부근의 경우 낮에는 120℃ 까지 상승하며, 밤에는 –170℃ 까지 하강한다. 그러나 월면토의 진공환경에서 열전도도는 낮아서 깊이 10cm 이하의 토양의 온도 변화는 크지 않으며, 낮은 온도 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된 실대형 챔버의 저온/고온 환경에서의 깊이에 따른 토양의 온도를 측정하였으며(그림 2), 향후 지반의 온도 모사 성능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온도와 진공 이외에 특징적인 달 표면 환경 조건은 전기적인 것으로 낮에는 태양광의 영향으로 +20V 이하의 양 전위를 띄며, 밤에는 지구 플라즈마의 영향으로 수백~수천 V의 음전위를 띈다는 것이다(그림 3). 이러한 특징은 달 표면에 장기간 거주 시 우주인과 장치에 위협적인 요인으로 여겨지고있으며, 이를 이해하고 대처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지반열진공챔버에서 이러한 전기적인 환경 모사를 위해서 소형 진공챔버에 자외선 램프와 전자빔을 이용한 대전 환경 모사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그림 4), 달 표면의 전기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사한 환경 모사와 측정 방안을 고안하였다.
올해 7차년도에는 챔버 내에서 지반 냉각에 대한 연구와 전기적 대전 환경에서 정전기로 충전된 지반의 전위를 측정하는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서 지반열진공챔버의 환경 모사 성능을 고도화하고 보다 신뢰성 있는 달 환경 건설기술 검증 시설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행성 현지재료 활용 인프라 건설 기술
지달 기지 건설을 위해서는 건설재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건설 재료를 지구에서부터 달까지 운반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달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자원을 활용하여 건설재료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파 소결 기술을 통해 달 현지 자원인 ‘월면토’를 고형화하여 건설재료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인공월면토(KLS-1)는 마이크로파 소결 방법을 통해 1080℃ 이상의 온도에서 치밀화되어 인공월면토 소결체가 생성되며 소결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소결체의 밀도와 압축강도가 증가 된다. 달의 극심한 온도 변화에 따른 건설재료의 반복적인 수축과 팽창은 구조물의 균열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달 기지 건설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들의 열팽창 특성이 매우 중요하다. 마이크로파 소결 방법으로 제조된 인공월면토 소결체의 열팽창계수는 달 표면 온도와 유사한 범위(-100~200℃)내에서 약 5×10-6 °C-1 수준이며, 실제 월석의 열팽창계수와 유사한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가열-냉각-재가열 후에도 인공월면토 소결체의 열팽창계수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아 달의 극심한 온도변화 하에서도 마이크로파로 소결된 인공월면토 소결체가 높은 열 저항을 가진 것을 확인하였다.
인공월면토 소결체를 달 기지 건설재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균질성 검토도 필요하다. 본 과제에서는 재료의 공극률 분포를 기반으로 균질성을 평가하기 위해 인공월면토소결체의 X-ray CT 이미지를 활용하여 Statistical Phase Fraction(SPF) 방법을 통해 공극률을 추정하였다. SPF 방법으로 추정된 인공월면토 소결체의 전체 공극률은 밀도 분석을 통해 계산한 공극률과 거의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인공월면토 소결체의 CT 이미지를 일정한 부피를 가진 단위 셀로 분할하여 국부적 공극률을 추정한 결과 1080℃ 및 1100℃ 인공월면토 소결체의 공극률 평균은 각각 30.4±2.1% 및 27.1±2.9%이며, 26~40% 및 20~36%에서 분포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동일 높이에서는 소결체 외부에서 내부로 갈수록 공극률이 감소하는 특성이 나타나는데 이는 외부에 비해 내부 온도가 높은 마이크로파 가열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시료 중심부에서 더 치밀한 구조가 형성됨을 알 수 있다.
현재 건설재료로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하여 인공월면토 소결 블록을 제조하고 있으며, 마이크로파 소결 기술을 실제 달의 고진공 환경에 적용하기 위해 마이크로파 진공 소결 장비를 구축하여 소결 실험을 수행할 계획이다.
행성 지상 건설 공간 정보화 기술
달 기지 건설의 최적 부지 선정을 위해서는 달 지형 조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달은 지구와 달리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PS)이 부재하며 달의 영구 음영지역은 태양광이 없는 저조도 지역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달 표면에서 설계 및 건설에 필요한 고정밀 3차원 지형도를 구축하기 위해 무인 이동체 기반의 실시간 3차원 지형정보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무인이동체에 탑재된 스테레오 카메라 및 IMU(Inertial Measurement Unit)의 센서 결합을 이용하여 저조도 및 GPU 음영 환경에서 실시간 삼차원 지형정보를 획득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특히 저조도 환경에서 맵핑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Self-Supervised CNN 기반의 영상강화 모듈을 개발하였고 저조도 환경에서 평균오차 7cm 미만의 맵핑 성능을 확보하였다. 그리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실내모 의지형 실험실 및 연천 SOC실증연구센터 내에 크레이터, 바위, 언덕, 흙, 자갈 지역으로 구성된 행성 모의지형을 구축하여 무인 지형 정보화 기술의 검증 실험을 진행하였다(그림 7).
구축된 행성 모의지형 영상 내 객체 인식, 영역 분류 및 다른 영상 내 동일 객체의 유사도 평가연구를 수행하였다. 대상 지역의 관심 객체 및 영역을 자동 분류하기 위하여, 딥러닝 영역 인식 오픈소스인 Mask R-CNN을 활용하여 지형지물 인식 및 영역 분류 기법을 개발하였으며 Triplet Network를 활용하여 다중 영상 내 동일 객체 및 지형지물 매칭 기법을 개발하고, 항공사진-무인이동체 지형 영상 간 주요 객체 매칭 시스템을 완성하였다(그림 8). 향후 무인지형정보화 기술과 인공지능 객체 매칭기법의 정확도를 높이고 이를 결합하여 GIS기반 무인지형정보화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행성 지반 조사 장비 개발 및 행성 지하 정보화 기술
인류가 처음으로 달 착륙에 성공한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달 탐사는 달 극지에서 얼음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하였다. 달의 극지에 존재하는 얼음과 지하자원을 분석하기 위해는 탐사 랜더(Lander)나 로버(Rover)에 시추 장비를 탑재해야 한다. 이러한 장비들을 극한 환경인 달에 수송하여 운용하기 위해서는 소형, 경량화, 저전력, 고효율, 고성능 조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먼저 대기압, 저온 환경에서 구동 가능한 시추 장비 시작품을 개발하였으며, 운송을 고려하여 0.27m3급 소형화, 18.5kg급 경량화, 44.4W급 저전력화를 확보하였다. 시추 장비 시작품은 냉동 챔버 내에서 인공얼음을 이용하여 사전 검증을 수행하였고, 남극 장보고기지 주변 해빙 및 동토를 대상으로 저전력, 저반력, waterless 조건에서 해빙 동상체의 시추 성능 평가 및 문제점 파악을 위한 현장 연구를 진행하였다(그림 9). 현지의 다양한 조건 하에서 시추 성능 및 신뢰성 평가를 수행하여, 수직 반력이 25N 이하인 경우 비트 절삭면의 슬립에 의한 시추 실패가 발생하고, 125N 이상인 경우에는 재밍에 의한 시추 실패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수직 반력 50~100N, 회전 속도 25~125rpm 범위에서는 최소 60% 이상의 시추 신뢰도를 확보하였다.
맺음말
그 동안 막연하게 꿈꿔왔던 인류의 우주기지 건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우주 강대국들은 달 선점을 위해 유인 달 탐 사와 기지 건설 계획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연구는 한참 뒤쳐져 있다. 하지만 이제 막 걸음을 내딛은 우주 건설 분야는 다른 우주 분야에 비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핵심 기술만 확보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우주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개발된 우주 건설기술이 그 포문을 열 첫번째 핵심 기술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장차 전 세계 우주건설 분야를 주도하는 기관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