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 건물을 위한 제습 공조 기술 동향
▲ 임한솔 KICT 건축에너지연구소 수석연구원
들어가며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적용 대상과 에너지 자립 수준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건축물의 단열과 기밀성 등 패시브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냉난방 및 환기 측면에서 기존 건축물과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기존 건물에서는 패시브 성능이 낮아 주로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한 현열 부하위주의 처리가 요구되었다면, 제로에너지 건축물에서는 현열 부하가 크게 줄고 습도에 대한 부하인 잠열 부하는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없어 기존 건물에 비해 낮은 현열비를 갖는 특성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제로에너지 건축물과 같이 낮은 현열비를 나타내는 건축물에서는 잠열 부하 처리에 특화되고 현열 부하와 잠열부하를 독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Decoupling(탈동조화) 공조기술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Decoupling 공조 기술에서 핵심이 되는 잠열 부하를 처리하는 제습 공조 기술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기존 기술: 응축 제습
가장 보편적인 제습 방법은 냉각코일을 이용해 공기를 노점온도 이하로 냉각시켜 습기를 응축시킴으로써 공기 중에서 제거하는 방법이다. 통상 10°C 미만으로 공기를 냉각시켜야 실내를 제습할 수 있을 정도로 건조한 공기가 조성되므로 제습을 위해 공기를 과냉각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비효율적이고 재실자에게 냉방병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공조 시스템 구성이 간단해진다는 이점과 기존 건물에서는 현열 부하 위주의 공조가 요구되므로 대부분 응축 제습을 활용하고 있다.
고체식 제습 (데시컨트 로터
고체식 제습은 그림 1과 같이 데시컨트(desiccant) 로터(또는 휠)를 이용한 제습으로 제습 물질(예: 실리카겔 등)이 벌집 모양 채널에 코팅되어 있고 공기가 해당 채널을 지나면서 습기가 제습 물질로 이동하여 제습이 된다. 습기를 머금은 제습 물질은 재생이라는 과정을 통해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로터가 모터를 이용해서 회전하면서 재생부 공기에 습기를 버리게 되는데 이를 위해 재생부 공기는 높은 온도(조건에 따라 60~100°C)로 가열되어야 한다. 쉽게 생각해서 젖은 로터를 드라이기로 말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본 방식은 핵심부품인 로터로 인해 공조 시스템의 크기가 커지고 재생을 위해 고온의 열원이 필요하여 에너지 비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열에너지의 경우 건축물에서 버려지는 미활용 열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적으로 개발할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또한 최근 상대적으로 저온에서도 재생할 수 있는 제습 물질 등이 개발되어 히트펌프의 버려지는 열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액체식 제습
액체식 제습은 액체의 제습 수용액을 공기에 분사하여 공기의 습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CaCl2, LiCl, LiBr 등의 물질이 사용되며, 그림 2와 같이 제습부와 재생부로 분리되어 있어 고체식 제습과 마찬가지로 습기를 머금은 제습 수용액을 재생부에서 재생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고체식 제습과 비교하였을 때, 저온(30~50°C)에서 재생이 가능하고 액체 수용액의 경우 공기와 비교했을 때 비열이 높고 유로 설계가 용이하여 미활용 열에너지 회수에 더 적합하다. 열교환기 및 분사 노즐의 고도화를 통해 제습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요소가 더 많아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연구 개발되고 있다.
멤브레인 제습
멤브레인 제습은 진공펌프를 이용하여 공기 중에서 습기만 빼내는 기술로 그림 3과 같다. 멤브레인 막이 기체 분리막 역할을 해서 각 분자의 투과 속도 차이를 이용하여 수증기를 선택적으로 제거한다. 앞서 설명한 고체/액체식 제습 기술과 달리 제습 과정에서 공기 온도의 변화가 없고, 재생 과정도 필요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에너지 소비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열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진공펌프의 에너지 성능이 관건이며 현재 기술로는 랩 스케일의 소형 모듈 위주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제습 공조 기술의 미래 방향
제습 공조 기술은 다양한 히트펌프 및 신재생 기술과의 융합이 용이해 건물 분야의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적 대안이 될 것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및 그린 리모델링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건축 설비 분야의 추가적인 성장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특히 고온다습한 동남아 지역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HVAC(heating, ventilating, and air conditioning) 시장을 차별화된 기술로 선점해 대한민국의 K-공조 기술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