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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를 연결하는 공간정보
  • 게시일202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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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를 연결하는 공간정보

 

 

▲ 김두식 KICT 건축연구본부 수석연구원

 

건축과 도시를 연결하는 공간정보

 

 

제조업 자동화의 현주소


어린 시절 전자회로가 출력된 인쇄회로기판(Printed Circuit Board: PCB) 위에 조립 설명서대로 칩이나 저항을 연결하고 납땜하면 초등학생들도 직접 라디오를 만들어서 들을 수 있는 장난감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 이렇게 라디오 조립을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전자제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전자제품은 미리 설계된 조립 설명서(도면)를 기반으로 이에 따른 부품의 PCB 배치(자재의 목표지점 이동) 및 납땜(건설 공정)을 통해 완성된다.


현재 전자제품 제조업에서는 기존 수작업으로 이뤄졌던 대부분의 공정을 자동화하였다. 기존 PCB에 구멍을 내서 부품을 접합하는 방식(Insert Mount Technology: IMT)에서 부품을 원하는 위치에 올리기만 해도 작동할 수 있도록(Surface Mount Technology: SMT) 기판 조립 공정을 혁신하였다. 이를 통해 공정에서의 불량률을 줄이면서 자동화 및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고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확보함과 동시에 인력에 의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①납땜을 자동화하기 위해 크림형 솔더(solder)를 PCB의 납땜 위치에 프린트하고(스마트 토공), ②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이동한 PCB에 칩을 설계한 위치별로 자동 배치한 후(스마트 물류), ③모든 칩이 배치되면 오븐을 통해 전체 기판의 납땜을 자동으로 실시하고(스마트 시공), ④조립된 PCB는 각 칩의 위치별로 확대 영상을 촬영하여 AI를 기반으로 불량 유무를 검사한다(스마트 유지관리).


전자제품 제조업에서 이러한 자동화 공정 전환은 1980년대에 이미 널리 도입되었고, 기술의 발전을 거듭하여 생산 품질도 향상되고 있다. 전자제품 제조업의 자동화가 빠른 기간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컨베이어벨트와 같은 정형화된 공간에서 기계(로봇)가 도면(설계)에 따라 작업(시공)을 하는 것이 건설 산업에 비해 적용하기 쉽고, 자동화 기기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혁신이 매출 향상에 기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건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공간정보


건설 분야에서도 제조업과 같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과 달리 건설 현장은 컨베이어벨트와 같은 정형화된 공간이 아니라 복잡한 환경적 특성을 가지므로 현실 세계를 디지털 환경에 똑같이 묘사하기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었다. 또한, 2D 도면을 통해 이뤄지는 공정 특성으로 주변 환경 요소를 연계한 고려가 어려웠다.


2010년대 이뤄진 상용 드론의 보편화와 매핑 기술의 혁신은 과거에 비해 넓은 지역을 신속하게 모델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통해 스마트 토공과 같은 기술이 우선적으로 건설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또한, 공간정보와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연계는 건축 계획 및 엔지니어가 주변 환경을 쉽게 고려할 수 있는 직관적 경험과 시뮬레이션 기능을 제공하여 관련 기술을 활용한 사례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레이저 스캐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객체 분류에 의한 BIM 모델 자동 구축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어 향후 실외 실내에 대한 공간정보 구축 기술의 발전으로 관련 데이터를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간정보 기술은 지형자료 구축 외에도 인프라, 인구, 환경, 범죄 등 다양한 분야에 확산하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한 활용 모델 개발에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GPS 측량 및 공간정보 DB 구축으로 시작한 미국 Trimble사는 3D 설계, 자동화 시공, 건설관리, 유지관리 등 건설 전반에 필요한 기술 기업들의 인수합병으로 독자적인 건설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추구하고 있다. Trimble의 사례만으로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공간정보가 가지고 있는 다음의 특성으로 공간정보는 미래 건설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간정보는 다양한 레이어의 정보를 통합하고 시각화하여 사용자에게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공간정보의 정확도 확보와 신속한 갱신은 이미 건설 분야 자동화 기술에 응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공간정보를 활용한 분석과 시뮬레이션 기술은 도시 운영이나 교통 물류에서 주어진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추구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빅데이터, AI 기술의 접목은 공간정보 분야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기술 개발이 진행되었다. 최근의 공간정보 동향에서 주목할 점은 기존 2D 자료 위주의 활용에서 3D 분석 및 시각화와 시계열 자료를 적용한 4D 분석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고, BIM, CAD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으며, 웹 GIS, 클라우드 등의 도입으로 API 연계를 통한 협업이 가능한 체계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1

 

 

도시건축 분야에서 공간정보의 중요성과 역할


공간정보의 확장성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서도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공간정보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KICT의 도시건축 연구 분야에서 공간정보가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활용 분야를 제시하고자 한다. KICT 도시건축 분야는 모듈러 건축, 건축 안전, 주거·생활환경 개선, 지속가능한 도시의 4개 대과제에 대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건축이건 토목이건 공기 지연을 막는 것은 시공 리스크를 방지함과 동시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모듈러 건축, OSC(Off-Site Construction) 공법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프리캐스트 부재의 생산과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무겁고 부피가 큰 부재의 운반에서 건설 현장과 가까운 생산·물류 거점 확보와 물류체계 구축은 향후 건축 분야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이 될 것이다.


고령화, 출산율 저감으로 앞으로 건설 전문인력도 건설 현장에 많이 투입되기 어렵고 외국인 근로자 비율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인력이 수행하던 업무를 원격 혹은 자동화할 수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의 도입과,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손쉽고 명확하게 업무를 전달하여 협업할 수 있는 체계의 확보가 필요하다. 기술의 도입에서는 이동성 확보를 위해 스마트폰과 같이 널리 보급된 디바이스를 활용하여 기술의 진입 장벽을 낮춰서 혁신 기술을 도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화두인 탄소중립 측면에서 건축에서의 내재탄소 저감에서도 공간정보가 기여할 수 있다. 자재의 생산, 운송, 시공, 폐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재탄소의 모델링이나 건축물 단위 관리, 지구 단위 녹색건축 기술 적용 평가에 공간정보를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도시를 지향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가 본격화되어 재건축사업이 활발해지면 건설 폐기물이 급증할 것이고 순환골재와 같은 건설 폐기물 재활용 정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건설 폐기물 재활용 촉진을 위해 순환골재 온라인 마켓을 웹기반 GIS 서비스로 제공하게 되면 수요자는 건설 현장 인근의 순환 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폐기물 가공업자는 유통을 활성화하여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자원순환을 건축에 적용하는 것이 더욱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의 KICT 도시건축 분야 연구에서도 공간정보가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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