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후조건과 기준을 고려한 특화 건설기술 개발
▲ 고경택 KICT 남북한인프라특별위원회 선임연구위원
들어가며
북한의 폐쇄성으로 북한 인프라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부족하지만, 북한 인프라는 평양 일부를 제외하면 매우 낙후되어 대부분 보수·교체·신설이 당장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반도는 70년간 남북한이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건설 분야에서도 용어·기준·제도·기술 등이 많이 다르다. 이로 인해 남북 협력 과정에서 기술 보급과 활용의 한계, 건설비용과 공사기간의 증가, 안전성 우려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북한 인프라 개발은 ODA 등 국제금융지원 등에 의해 이뤄질 확률이 높고, 이 경우 대부분 국제 경쟁 입찰 형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국·일본·미국·유럽 등에 비해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북한 건설기술 개발과 함께 한반도 인프라 건설 연계·통합 기준 마련 등 선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남북 인프라 연계 및 북한 인프라 현대화 사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의 혹한 기후조건과 건설 기준·규격을 고려한 북한 맞춤형 특화 건설기술을 개발하였다(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21).
남북한 건설 기준·규격 비교
북한의 건설 기준·규격 자료인 운수건설총서(1999), 건설시공 자료(2016), 남북한 기준 교환자료(2019), 최신(2014년까지) 건설·건재 규격 등을 확보하여 남북한 건설 기준과 규격을 비교하였다. 북한의 도로·교량·철도 등의 건설 기준, 건설 자재·재료 규격(KPS)과 남한의 관련 기준과 KS 규격 173건에 대해 비교하였다. 이 중에서 규격 109건(항목 227건)이 포함된 「남북한 건설 규격 비교집」을 발간하였다. 이 규격 비교집에는 시멘트·골재·화학혼화제의 건설재료, 콘크리트, 벽돌·블록·석재·기와·타일 등의 건설제품 그리고 관련된 시험법을 포함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남북한 건설 기준·규격을 검토하여 남북한 관련 기준·규격을 연계·통합 작업에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이 기준·규격 비교 자료는 남북한 인프라 협력 사업 추진 시 계획수립과 설계·시공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남북한 건설 기술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다.
북한 맞춤형 저비용·장수명 콘크리트 모듈러 교량 시스템 개발
북한의 건설환경, 도로 운송망 여건, 설계기준 등을 반영하고, 북한의 고속도로에 적용하기 위하여 3경간 왕복 4차로의 콘크리트 모듈러 교량을 개발하였다. 교량의 저비용·장수명화·급속시공을 위해 압축강도 120MPa, 수명 200년 이상의 슈퍼콘크리트를 적용하였다. 교량의 상부구조는 미관과 운반성을 고려하여 U-형상의 프리캐스트 거더와 프리캐스트 바닥판으로 설계하였다. 지간장 60m 교량 시스템 설계를 통해 기존 강합성 교량 대비 상부구조 공사비가 거더 공사비는 약 15.7%, 바닥판·연결부를 포함한 상부 전체 공사비는 11% 정도가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본 기술을 남북한이 합의 한 도로·철도의 현대화 사업에 적용할 경우에는 고속도로상의 교량 상부구조 공사비가 약 1,140억 원이 절감되고, 현대화 사업 확대 시 약 3,540억 원의 절감이 예상된다.
북한 맞춤형 콘크리트 교량에 적용하는 슈퍼콘크리트에 대해 조기 성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용재료와 배합을 개선하여 1일 강도 향상과 고온양생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부재 제작 기간을 기존 일반 PSC 거더교 대비 29% 정도 단축시켰다.
슈퍼콘크리트의 적용을 통해 부재 단면의 축소로 경량화가 가능하고, 긴장재 감소와 연결부 작업 최소화로 현장 가설기간을 일반 PSC 거더교 대비 41% 정도 단축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북한 맞춤형 콘크리트 모듈러 교량의 제작·가설 등 시공기간은 5.35일로 일반 콘크리트 프리캐스트 교량의 8.25일에 비해 약 35%의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지간장 30m의 북한 맞춤형 모듈러 교량 시스템 제작·가설을 통해 계획공정 대비 실제 공정±6.7%의 공정 신뢰도를 확보하였다. 또한 최저 –6℃ 기온의 동절기에 부재 제작의 가능성에 대해 검증하였고, 이를 토대로 한중콘크리트(KCS 14 20 40) 공사 기준 온도인 일 평균 기온 4℃ 대비 연간 개성 90일, 평양 85일, 신의주 80일의 추가 공사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동절기에 제작된 교량 시작품의 구조성능을 평가한 결과, 최대 측정 휨 강도는 20,046 kN·m으로 설계 휨 강도 12,954 kN·m에 비해 약 34%가 증가되어 구조 안전성이 검증되었다.
북한 맞춤형 저비용·장수명 콘크리트 모듈러 교량 시스템을 남북 교류 협력 추진 시 보급·적용할 수 있도록 북한 표준형 모듈러 교량 매뉴얼을 개발하였다. 본 매뉴얼은 북한 고속도로용 경간장 30∼70m 교량을 대상으로 하였고, 북한 설계 기준과 건설환경 조건을 반영하여 교량의 표준단면·부재제작·운반·현장가설·유지관리 방안을 포함하였다.
북한 특화 콘크리트 건축 모듈러 기술 개발
북한 특화 콘크리트 건축 모듈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하여 모듈러 패널의 경량화 연구를 수행하였다. 본 연구에서 패널은 일반 콘크리트 패널, 슈퍼콘크리트를 적용한 고강도 패널과 경량 고강도 패널로 구분된다. 표 1과 같이 실험 부재의 주요변수는 콘크리트 종류, 단면크기 및 철근 유무로 설정하였다. 일반 콘크리트 패널은 콘크리트 벽체 설계기준(KDS 1420 72)에 따라 패널 두께와 철근량을 선정하였다. 슈퍼콘크리트를 적용한 패널 단면은 속찬 단면과 속빈 단면으로 구성하였다. 속찬 단면 패널은 공통으로 철근을 배근하지 않았고, 속빈 단면은 단열재 삽입을 통해 경량화시켰다. 경량 고강도 패널의 속빈 단면 패널은 일반 콘크리트 패널에 비해 무게 30%, 패널 두께 49%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휨 성능 실험 결과, 경량 고강도 패널의 속빈 단면 패널은 일반 콘크리트 패널에 비해 휨 강도는 약 3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특화 건축 모듈러의 경제성과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실제 설치된 ‘OOO 마을 정비형 공공주택 건설사업’의 지상 4층 모듈러 주택을 대상으로 하여 제작·운반·설치 등을 고려한 최적 단면으로 시작품을 설계하였다. 그림 7은 북한 특화 건축 모듈러의 경제성 분석 결과와 시작품을 나타내었다. 북한 특화 건축 모듈러의 공사비는 실제 적용된 강구조 건축 모듈러 대비 대략 29.5%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공사비는 강재 가격이 현재의 70% 수준까지 떨어지더라 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작품은 콘크리트 단위 모듈(L1.0×H2.9×B3.3m)을 제작하였고, 모듈러를 구성하고 있는 슬래브와 벽체 두께는 최대 수송하중(약 27.5 톤)을 고려하여 120mm를 적용하였다. 시작품 상부 슬래브의 휨 성능 검증을 통해 설계 휨강도 대비 측정 휨강도가 약 17.5% 향상되어 구조성능을 만족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맺음말
본 연구에서는 남북한 건설 기준·규격을 비교하여, 그 일부를 반영한 건설 규격 비교집을 발간하였다. 또한 북한의 건설환경과 기준을 고려하여 장수명·저비용 모듈러 교량 시스템은 기존 경쟁기술 대비 공사비 약 11% 절감, 공사기간 약 35% 단축이 되고, 최저 –6℃의 기온에서도 부재 제작의 가능성과 구조 안정성이 검증되어 향후 북한의 고속도로 상의 교량 건설 등에서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북한 특화 건축 모듈러 기술은 기존 콘크리트 부재 대비 30% 정도 경량화가 가능하고, 강재 모듈러 기술 대비 공사비는 29.5% 절감되어 향후 북한 개방 시 건축 시장에 충분히 적용 가능성이 입증되었다. 이상의 북한 특화 건설기술과 건설 기준·규격 비교집은 약 30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인프라 현대화 시장에서 중국·2022-06-20일본·미국·유럽 등에비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 기반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