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의 희망, 제로에너지건축물
▲ 유기형 KICT 건축에너지연구소 연구위원 (제로에너지건축물연구팀)
2020년, 국내 공공건물에 대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가 시작됐다. 오는 2025년까지는 모든 신축 공공건물이 제로에너지건축물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2030년부터는 500㎡ 이상의 규모로 설계될 경우 모두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지어 져야 한다. 예측에 따르면 2030년 국내 제로에너지건축물 보급률은 20%를 웃돌 전망이다. 이에 KICT 건축에너지 연구소 제로에너지건축물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탄소 중립형 순환경제 구현을 위해 정책 및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0(Zero)’의 실현을 위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제로에너지건축물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되 필요 에너지를 재생 가능 에너지원으로 충당하여 총에너지 소비를 ‘0’에 가깝게 만들고, 순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 건설 분야에서 가장 효율적인 해법으로 꼽히는 건 제로에너지건축물이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건물 자체의 구조와 배치를 통해 외부 에너지를 최소화하여 설계한다. 건물 벽, 지붕, 바닥에 고성능 단열재를 사용함으로써 겨울에는 열이 빠져나가지 않게, 여름에는 열이 들어오지 않게 한다. 또 창문을 남쪽으로 크게 배치해 겨울에는 더 많은 햇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 햇빛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자연 채광, 환기, 건물 위치를 고려한 설계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운영 비용도 감소시킬 수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연구팀은 제로에너지건축물을 위한 기술 및 정책 개발을 도맡고 있다. 지난 2001년 시행된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도와 평가툴을 개발한 바 있으며, 해당 제도를 통해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을 취득한 건물은 약 30,000개 이상에 달한다. 그 외에도 건축물 에너지 소비총량 평가프로그램,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평가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현재 건축물 인허가에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친환경 도시의 기틀을 다졌다.
현재 연구팀은 국토교통부의 제로에너지건축물 지원센터로 지정되어 요소기술 평가 방안을 고도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건축물의 에너지원 단위 목표관리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건물주가 신고한 에너지사용량을 평가해 등급을 설정하는 신고·등급제, 건물의 온실가스 총허용량을 부여하는 총량제를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 건물 에너지 신고·등급 및 총량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연구팀은 운영에 필요한 평가 방법 및 입력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건축물 에너지원 단위 목표관리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건물의 수는 1,000여 개 이상. 오는 2026년에는 약 15,000개의 건물이 참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로써 2050 탄소중립의 꿈은 한 발짝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
실효성 있는 정책과 그에 걸맞은 기술의 힘
연구팀은 제로에너지건축물 구현을 신축건물에만 한정 짓지 않으려 한다. 실질적으로 기축건물이 신축건물보다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에 기축건물을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기축건물을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가장 큰 난관은 공사비와 설치 시공 문제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화석에너지 설비에 비하여 설치 비용이 많이 들고, 설치가 가능한 범위도 한정된다. 특히 재생에너지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태양광(Photovoltaic) 패널은 넓은 설치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 더욱이 적정선의 일조량을 보장하기 어려운 고층 건물에 설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연구팀은 제로에너지건축 분야의 진전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은 물론이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설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 제도가 있어 야 효율적인 전환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에너지 효율화를 유도하는 정책 방안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로의 변모를 통해 탄소배출량 감축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실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을 통해 건물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최대 80~9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KICT 건축에너지연구소는 오늘도 더 나은 미래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한 걸음씩 더 나아가고 있다.